28 FEB 2011
중년 시인이 세상을 보는 담담한 시선
이 시집에서 황인숙 작가의 나이가 읽힌다. 40대 중년을 지나고 있으며, 중년의 눈길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긍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체념한 것도 아닌 무덤덤하다는 생각이다.
<자명한 산책> 시를 읽으니 좋다. 보도블록위의 금빛 낙엽을 퍽퍽 차고 걸어가거나, 아니면 안심하고 사뿐하게 밟고 지나가는 모습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낙엽 밑에 함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도블록인 것이 명확하지 않다.
거리에 대한 시들이 주위를 끄는데 <工作所 거리> 칠성동 철물 거리를 지나는 나의 학창 시절이 떠 오른다.
나이를 느낄 수 있는 시에서 <그날>에 대해서 죽음에 대한 담담한 시각을 느낄 수가 있고, <관광>에서 은퇴한 노인의 과거를 생각하며 마음이 풍요한 풍경을 담아낸 것 같고, <방금 젊지 않는 이에게>에서 청춘의 아쉬움 같은 것을 읽을 수가 있었다.
가장 좋았던 시는 아래와 같다.
해방촌, 나의 언덕길
이 길에선 모든 게 기울어져 있다
정일학원의 긴 담벼락도 그 옆에 세워진 차들도
전신주도 오토바이도 마을버스도
길가에 나앉은 툇돌들도 그 위의 신발짝들도
기울어져 있다
수거되기를 기다리는 쓰레기 봉투들도
그 위에 떨어지는 빗줄기도
가내공장도 거기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도
무엇보다도 길 자신이
가장 기울어져 있다.
이 길을 걸어 올라갈 때면 몸이 앞으로 기울고
내려올 때면 뒤로 기운다.
이름도 없고 번호도 없는
애칭도 별명도 없는
서울역으로 가는 남영동으로 가는
이태원으로 가는 남산 순환도로로 가는
그외 어디로도 가고 어디에서든 오는
급, 경사길.

3 SEP 2025
황인숙 시인의 시집 몇 권과 에세이집 1권을 읽었다.
연배는 나보다 조금 많아 선배라는 인상이 많았다.
서정적이고, 주변 이야기를 시로 잘 만들어낸다. 읽으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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