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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즐거운 인생 (2007) - 이준익

3 OCT 2010

 이 영화 정말 잘 만들었다. 이 영화에 공감하는 층이 40대 중반의 늙어가는 386세대에 남자들뿐이겠지만, 정말 공감이 가게 잘 만들었다. 혹 이 글을 보는 다른 성별, 다른 세대가 40대 아저씨에게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84년 20대 시절에 이 젊은이들은 꿈과 낭만이 있었다. (사실 지금 젊은이들에 비해 어떤 면에서는 축복받은 면이 많다.) 그래서 대학가요제 출전을 목표로 그룹사운드를 결성한다. 그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울하고 슬픈 부분이 많다. 친구의 장례식을 통해서 보통 친구들을 만난다. 사는 게 바쁘고, 그동안의 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평소에 연락 한번 못하고 살고, 그러다가 친구 한 명 죽으면 그때 친구들을 만나는 슬픈 시대이다.

 

 40대 중후반, 인생의 가장 잘 나가는 황금기를 지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마지막 경쟁과 탈락의 시기이다. 대기업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 못하고 탈락하고, 임원에서도 상무로 전무로 승진 못하고 탈락하고, 또 어쩌면 부장조차 되지 못하고 구조조정의 쓴 맛을 보는 시기이다.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의 무게를 지탱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한편 가정에서의 소외가 한참 진행된 시기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식들과 대화도 안 통하고, 부인과도 잘 맞지 않는 상태이다.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가장이 벌어다 주는 돈이다. 이 흐름이 끊어지는 순간 가장의 위기이고 가족의 위기이다. 능력 없는 가장이 한순간에 버려지는 순간이다.

 

 이 영화가 슬픈 것은, 이 위기의 순간들의 가장인 남편들의 이야기이다. 직장에서 잘려 백수로 지내기도 하고 (그것도 부인이 돈을 벌어오니),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기사로 돈을 벌고 (집안에서는 예전과 같은 씀씀이를 원한다.), 남편을 버려두고 외국으로 가족 전체가 유학을 떠난다.(가장 안 좋은 경우이다.)

 

 이 위기의 아저씨들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하고, 재미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예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 용솟음치는 것일 것이다. 그래 활화산, 용암이 마구 올라오길 바란다.

 

 그리고 장근석 멋있었다.

 

5 MAY 2021

 

10년 지나서 이 영화의 리뷰를 보니, 지난 10년을 이렇게 보냈구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도 아름다운 청춘이었다. 50대에서 보면 40대도 아름다운 청춘이다.

50대도 60대에서 보면 역시 아름다운 청춘이다.

 

여전히 할 수 있고, 인생은 즐겨야 한다.

 

이준익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즐겁고 좋은 음악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