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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정도전을 위한 변명 (조유식)

4 OCT 2008

정도전 - 그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정도전의 시각으로 본 고려말과 조선초의 이야기이다.
 그런만큼 공민왕부터의 고려와 국제 정세, 국내 정세에서 시작하여 조선의 개국과 제1차 왕자의 난까지의 이야기이다. 조선의 개국에 있어서 여러 사람들의 공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인물로서 정도전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의 정치인 정도전에 대해서 잘 다루고 있으며, 또 사상가인 정도전에 대한 사랑이 아주 깊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정도전에 치우쳐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이책에서 제일 먼저 알 수 있었든 것은, 이색과 그 문하생들이다. 이들 책에서는 이색 스쿨이라고 했지만, 이색은 유교의 거두라 불러도 될 만큼, 소위 신진 사대부를 길러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분 자체는 충분히 보수적일 수 있었지만 그가 고려에 유교을 내리게 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보인다.

 공민왕과 신돈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 보인다. 어찌되었던 공민왕은 개혁 군주였으며 많은 구시대의 관습을 없애고, 새로은 시대를 여는 최초의 시발점의 역할을 한다. 신돈 또한 개혁적인 인물로, 신진사대부의 정계진출에 크게 이바지하는 인물이다.

 정몽주는 단순한 충신이 아니었다. 고려말 마지막 한판을 준비하였으며, 실패함으로 조선을 개국하게 된다. 이책에서 그분의 인물 됨됨이를 잘 알 수는 없지만, 젊은 개혁가였고, 정치적 감각이 있었으며, 또 실행력조차 갖춘 분으로 보인다.

 태종 이방원은 결국 승리자이다. 그는 아버지를 도와 조선을 열었으며, 정도전과 자기 형제를 제거하여 왕이 되었다. 정치적 감각이 있어며, 과감한 결단력의 소유자이다.

 태조 이성계에 대해서 거저 좋은 사람으로만 나와 있어, 이분의 성격이 우유부단함과 관대함으로 묘사되고 있어 아쉽다.

 명의 주원장에 대해서 계속 고려와 조선의 국제 관계에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명과 조선의 긴장관계가 조선 개국에서 제일 큰 외교 문제였을 것이다. 적당한 줄타기가 가장 현명한 외교관계인가 보다.

 이책의 주인공인 정도전은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다. 그것도 수 백년 앞서갔기에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이었을 것이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와 같은 민초들과 백성들에 대한 인식이 남달랐어며, 맹자를 통한 역성혁명의 주장도 기존의 이색 학파인 자기 동료들과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이로서 정도전은 혁명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외 병법에도 밝았다고 하고, 음악등을 정리하였다고 한다. 특히 한양의 설계와 경복궁 및 경북궁의 각 정전들의 이름을 작명하였다고 한다.

 정도전을 막연히 역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과대 평가도 하지 말아야한다. 조선초기의 사상가와 정치가로 그의 사상가 그의 정치철학을 폄하하지도 말고, 또 과대 평가도 없이 적절하게 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20 JAN 2016

이 책 전에 정도전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열심히 삼봉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은 정도전에 대한 책이 무지하게 많다. 드디어 조선의 역적을 벗어나 조선의 창업자이고 설계자로 재 평가되는 것 같다.

정도전이 조선의 설계자임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한 사상은 정말 당시로서는 혁명적이다. 다시 한번 인용하면 이렇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그래서 이방원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일 것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1차 왕자의 난을 잘 막았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