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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1587 만력 15년 아무일도 없었던 해 - 레이 황

15 DEC 2010

 

중국 400년 쇠퇴는 조용히 시작된다.

 

 만력 15년, 그해는 주목할만한 사건은 없었지만, 명 왕조가 사실상 기울기 시작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인이 저자가 보기에 이 1587년부터 시작한 명과 청 그리고 책이 쓰여진 1970년대까지 계속 중국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즉 400년간의 기울어짐이 이 시점에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느낌은 조선이란 나라가 결국 명이라는 나라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조선을 소위 신하의 나라, 사대부의 나라이고, 사실 왕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약하고, 신권이 강력한 나라인 것이다. 근대 이 토대가 명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다. 명에서 관리가 된다는 것은 정기적인 과거 시험에서 합격한다는 이야기이고, 지배적인 유교의 이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총명하고 좋은 교육을 받은 만력제가, 신하들의 후계자를 세움에 있어 대립하여 태업을 하여 명제국을 기울게 하는 것이, 결국 천자이지만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신권에 굴복하고 마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쳐, 광해군의 세자 책봉을 계속 거부하였다.)

 
 대조적인 대학자이자 실권자 두 사람이 비교된다. 만력제 초기 시절 권력을 잡아 황제의 스승이되고, 중국을 사실상 조정한 장거정과 장거정 사후 화합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역시 존재감이 부족한 신수행을 들고 있다. 두분 다 훌륭한 정치인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천자의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한편 당시 관료들에게는 추앙과 모범을 보여주었지만, 정치적으로 둔감하고 소위 튀는 행동을 한 해서의 경우나, 이탁오의 경우를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마 이 분들이 남긴 기록물이 그 시대를 읽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이 가장 클 것이다. 그리고 고독한 군인 척계광의 이야기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명나라가 중앙 집권적인 제도와 관료제가 잘 갖추어져 있는 사회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경사회였다. 이것이 조선과도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선의 경우에도 양반이 출세하는 것은 좁은 과거를 통하는 것이었고, 명나라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또한 명나라의 농민들에 대한 중앙 정부의 세금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관료가 녹봉만으로는 살기 어려운 구조였고, 또한 씨족을 대표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농민들을 착취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구조였던 것 같다. 조선도 지방관으로 가면 챙겨줘야 할 것이 많은 것과 유사하다.

 
 명나라가 군사적으로도 아주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왜구 몇십명이 조직을 이루어 다니면 큰 규모로서로 진압하지 못한 것이 책에서 드러난다. 명나라가 문관 중심의 사회이고, 무관은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 병역의 의무는 있지만 은을 내어서 병역을 대신할 수 있는 제도 등으로 군사력이 떨어진다. 만력제 시절에 무기체제도 당시의 최신 무기인 대포등을 이용하기 보다는 농민군을 활용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편제되었다는 것도 흥미롭다.또한 남군과 북군 사이의 갈등 부분도 당연한 일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노력인 만리장성의 보수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책은 본문도 재미있지만, 부록을 보면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중국이 지는 것이 안타깝고, 중국이 자본주의화와 산업화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그리고 일본군과 전쟁을 한 중일전쟁시의 초급 지휘관이었던 저자의 경험이 근대가 아니라, 전근대적인 군대를 지휘한 느낌이 든다. 
 

 

 

 

18 JAN 2014

 

이 책의 review를 다시 본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내용은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게 해 줘서 재미있고 좋은 책이었다. 임진왜란이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를 많이 바꿔어 놓았지만, 이 배경이 되는 명나라의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 명나라의 모든 내용은 우리 조선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