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

14 OCT 2009


동곡에서 안뽕을 먹자.


 이 시집을 약6개월에 걸쳐 읽었다. 하루에 어떤 날은 2개의 시를 읽고, 또 어떤날은 안 읽고, 또 어떤 날은 좀더 읽고 그렇게 하나 하나 읽고했다. 그래서 오늘 마침내 다 읽었는데, 사실 멍하다. 뭘 읽었는지 잘 생각도 나지 않고.

 

 이 시집을 읽으면서, 이 시인은 생활의 모든 소재를 시로 바꾸어 버리는 구나. 즉 아름답고, 희망을 주는 내용의 소재가 아니라, 뉴스 기사가 될 수도 있고, 먹다 남은 고등어일 수도 있고, 다양하다. 또한 시들이 앞 시와 뒤의 시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 어쩌면 수필 같고,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생활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마지막 부분에 읽는 부분들이 남는지라, 개가 상상임신을 하는 것에 대해서, 시가 아니라 개에게도 욕망이 있고, 뭔가 격이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곡이라는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곡 자랑이 심해서 동곡 같은 동네에 한번 가서 안뽕을 먹어봐야 겠다. 안뽕이 뭔지?

 

 해가 울타리나 산을 넘어면서 피를 흘리는 노을에 대한 표현이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살아가는 동물들은 피흘리고 째지고 그러면서도 웃고 울고 하나 보다. 시집 중간에 나오는 마라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있다. 솔직히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짜증이 좀 났지만, 역설적이다. 마라, 나를 사랑하지 마라.

 

 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결국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의 것이지만, 시를 읽고 해석하는 것은 독자인 나의 일인 것이다. 무슨 뜻인줄 잘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시들을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느낌이 많았다. 안뽕 뭔지는 모르지만 한번 먹어야겠다. 사슴피는 사양한다.


12 MAY 2017


여전히 안뽕이 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