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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노무현 대통령 노제를 다녀와서 (2009)

29 MAY 2009

 

 잘 안 움직이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 노제를 다녀와야다겠다고 생각하고 다녀왔다. 사람이 많아서(늦게 도착해서?) 먼발치에서 보고왔다. 역사의 현장에 참여자와 관찰자라는 책임과 내 한몸 보태어 현 정권에 한점이라고 두려움이 되고자 하였다.
 

 가는 길이 편하지 않았다. 그냥 버스 타고 가는 길인데, 차가 밀려서인지 버스가 고속도로로 가지 못하고, (갔다면 거의 노대통령과 같이 가는 시간인가 모르겠다.) 다른 길로 가서 버스 기사님도 길을 몰라 헤메였다. 승객이 길을 안내해 주었다.

 

 경찰은 교통만 관리하고 있었고, 도착 즈음에 한승수 총리가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자리를 찾아 보았다. 하지만 한명숙 총리의 조사에서는 귀를 쫑긋하고 들었고, 가슴 깊이 파는 조사였다. 한명숙 총리는 참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계속 현직으로 정치하셨으면 좋겠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인데.

 

 

 

 내가 있는 쪽의 분위기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았다.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도 나이 많으신(40대 후반) 분이 노대통령 말씀을 하셨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도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노대통령에 대한 동정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버스에서 목소리 내실 수 있는 분들은 오늘은 노대통령 편이었다.

 

 준비된 풍선이 노대통령 영상이 나올 때 올라오기 시작했다. 슬픔보다는 그리움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주위에 인권위원회가 있었다. 내민 현수막도 슬펐고,인권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과거 정권인 참여 정권이었다면 인권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인권이 후퇴하는 것 같아 슬프다.

 

 

 

 고공에서 풍선메고 사진 찍는 분들은 또 어디 언론 소속이신지? 안전에 대해서 걱정되고, 직업 정신이 투철하신가!

 

 너무 더워서 힘들었는데, 노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부른 "사랑으로"에서 사람들의 울음 소리가 군데 군데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명숙 총리 조사이후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이제 떠난다는 생각과 주변에 눈물에 울컥해 버렸다. 정말 슬픈일이다.

 

 다시 찾은 광장이 미끼지 않아 잔디위로 갔다. 그리고 잔디를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라 잔디가 빼꼼히 잘 잘았나. 너무 잔디의 품질이 좋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 빼앗긴 광장이라니 어이없다.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시민의 것 아닌가.

 

 

 

 

 돌아오는 길에 종로 대부분의 길가에 주차해있는 전경차를 보고, 이미 광화문이 막혀있는 것을 보고, 87년에 교보문고에서 세종로로 잘못나가 경찰들에게 검문과 조사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87체제 이전으로 돌아갔단 말인가. 경찰이 시민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오후 4시 근처에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보니, 고속도로 연변에 많은 분들이 노대통령이 가시는 길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는 길 모두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사족으로 나는 서울에 자주 가지도 않지만(1년에 한두번) 갈 때 마다 한강을 보는 것을 즐겨하다. 한강은 건널 때 마다 보는 것은 나에게 기쁨과 뭔가 강처럼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느껴져서 좋다. 하지만 오늘 강을 보니, 옛날의 그강이 아니다. 강을 보면서도 눈물이 나고 슬프다.

 

 

 

 

 

- 추가 -

 

안도현 씨의 조시를 추가한다. (모일보에 기고할수도 있지. 미안해요 안 시인! 제가 쫀쫀했어요. 근데 조심스럽게 해 주세요.) 당신은 전봉준이고 연탄이잖아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안도현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런 호칭 없이 노무현이라고 불러도
우리가 바보라고 불러도 기꺼이 바보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아, 그러다가 거꾸로 달리는 미친 민주주의 기관차에서
당신은 뛰어내렸어요, 뛰어내려 으깨진 붉은 꽃잎이 되었어요
꽃잎을 두 손으로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팔뚝으로 받쳐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저 하이에나들이 밤낮으로 물어뜯은 게
한 장의 꽃잎이었다니요!


저 가증스런 낯짝의 거짓 앞에서 슬프다고 말하지 않을래요
저 뻔뻔한 주둥이의 위선 앞에서 억울하다고 땅을 치지 않을래요
저 무자비한 권좌의 폭력의 주먹의 불의 앞에서 소리쳐 울지 않을래요
아아, 부디 편히 가시라는 말, 지금은 하지 않을래요
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이 나라 오월의 초록은 저리 푸르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때리지 않잖아요
당신이 이겼어요, 당신이 마지막 승리자가 되었어요
살아남은 우리는 당신한테 졌어요, 애초부터 이길 수 없었어요


그러니 이제 일어나요, 당신
부서진 뼈를 붙이고 맞추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흐트러진 대열을 가다듬고 일어나요
끊어진 핏줄을 한 가닥씩 이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꾹꾹 눌러둔 분노를 붙잡고 일어나요
피멍든 살을 쓰다듬으며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슬픔을 내던지고 두둥실 일어나요
당신이 일어나야 산하가 꿈틀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동해가 출렁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한반도가 일어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아아, 노무현 당신!

 

 

 

8 JUN 2016

 

아아, 노무현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