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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8요일 Eighty Day of The Week (마렉 플라스코 저 / 양혜윤 역)

10 JAN 2010

 

제8요일은 오지 않는 것을 안다. 하지만 기대한다.

 

 참 읽으면서 답답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가족 관계에 있어서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또 연인에게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확 자포자기하여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모든 것은 쉽지 않고, 내일은 제8요일이 아니라 월요일이다. 또 하루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을 보니,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4면이 벽인, 아니면 3면이 벽인 방 하나가 필요한데, 가난한 연인에게는 그 작은 방하나 마련하기 조차 쉽지 않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한국에 있는 많은 러브 호텔들을 이해해주기로 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가난한 연인에게도 비용이 적진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소설에서 갈망하는 것이 비록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작은 방 하나였겠지만, 근복적으로는 인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책 소개에서는 평범한 가정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이런 가정이 평범하다면 모든 인류가 불행할 것이다. 이 소설의 구성원들은 어떻하던지 현실을 벗어나려고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환상을 쫓아가는 비상구로 모두 제8요일을 꿈꾼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불신이 존재하고, 사실 서로 약간은 솎고 솎아주면서 살아가고, 어느 정도의 기대를 포기하고 만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다들 알고 있는 것 같다. 상대방도 나에게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고, 상대방은 나중이라는 것을.

 

 제8요일을 기대하고 그들은 살아가지만 결코 제8요일은 오지 않는다. 다들 알고 있다 제8요일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또 월요일이 온다. 또 주말을 꿈꾸면서 일주일을 살아가야한다.

 

(사족. 이 책을 고르다 보니 2권이 있었다. 같은 출판사인데 번역자가 달랐다. 일단 출판된 날이 늦은 것으로 골랐다. 양혜윤씨가 폴란드어를 바로 번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본다.)

 

 

 

27 JUL 2017

 

폴란드 소설인데 강렬하지 못했던 것 같다. Marek Flasko(1934~1969) 옛날 분이다. 제8요일이란 영화가 있다고 한다. 90년대 나온 영화는 다른 내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