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DEC 2009
긴장감으로 읽는 2005년 주요 작가의 단편
드라마에서 본 <언니의 폐경>의 원작을 보려고 시작하였는데, 너무 유명한 한국 소설가들이 많아 쭉 읽게 되었다.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단편 소설은 구성이 탄탄하고, 주제가 명확하여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유일하게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박성원의 <인타라망>을 읽으면서 이 사람 책을 한번 읽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감을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기억이라는 것을 다시 찾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기억자체가 왜곡되는 것을 그려봐도 재미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액자 소설 형태의 캐딜락이 전조등이 꺼지는 12초 시간에 벌어지는 일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판단의 근거가 참 미약하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설 중에 많은 소설 등이 젊은 청춘의 갈등과 번민 그리고 후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연수의 소설은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위선양을 하려는 등반대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 전반에 깔리는 혜초의 여행기가 잘 배합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80년대의 고뇌인 시대적인 사명과 그것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시대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분신하는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은희경의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주인공이 지난 청춘 시절에 그들이 같이 했던 추억을 생각해보는 이야기이다. 반가운 유리 가가린이 제목으로도 나오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우주 공간에서 다시 푸른 별의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일 것이다. 물론 살아 돌아오는 것이겠지만.
제일 가슴이 찡하고 좋았던 소설은 박민규의 소설이었다. 지하철 푸시맨(지금도 있나?) 이야기에서 서민의 슬픔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정원이 150명인데 타려고 하는 사람은 150명이 넘고,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화물처럼 구겨져서 들어가야 하는 승객들도 슬프고, 사람을 화물로 생각해서 구겨 넣은 푸시맨도 정말 슬프다. 그리고 생활고를 못 이겨서 아님 책임이 너무 커서 결국 집으로부터 도망쳐 나가는 가장도 슬프다. 마지막 판타지로 마무리 짓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 느껴진다. 마지막이자 제목인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그렇게 힘들었습니까! 정말 멋진 마무리의 한마디 힘이 있는 문장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TV 드라마 <언니의 폐경>을 보고 나서이다. 그 드라마에서 올라가는 크레딧 중에 원작 김훈이라는 것을 보고, 김훈이랑 50대 여자들의 인생과 연결이 잘 안되었다. 그래서 원작을 한번 봐야 하겠구나가 이 책을 보게 된 동기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김훈 작가에 대한 스펙트럼을 좀더 넓게 잡아도 괜찮겠구나 생각을 해 본다. 이 소설에서도 주요인물인 나와 언니의 이야기이다.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남편은 겉으로만 돌고, 불륜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참고 살고, 심지어는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도 시댁에서의 행사 참여를 요구하고 응하는 모습이 나온다. 또 자식들은 부모에는 관심이 없고 그 자신의 이익에만 치중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력한 중년 노년의 할머니가 아니라, 지혜롭고 똑똑한 모습이란 것을 에피소드를 통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학상 작품집이 음반으로 말하면 2005년 베스트 앨범으로 주요 인기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배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 보았다. 어쨌던 덕분에 많은 작가의 작품을 두루 느껴보았고, 그 중에 박민규 작품이 제일 슬펐다.
18 JUL 2017
수상작품집을 잘 읽지 않는다. 뭔가 근본없는 짜집기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단편이 여러편 묶인 작가의 단편집을 좋아한다. 음반으로 보면 정식 출반 음반이 좋은 이유이다.
그런데 이 리뷰를 한번 더 읽으면서, 여기 작품들이 괜찮은 수준의 작품이다. 충분하게 베스트 음반에 오를 수 있는 상업성과 작품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한권으로 읽을 수 있는 핵심이 될 수 있다.
내가 예전에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어 이야기 어디선가 읽었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쓴 지난 글을 보니 2005년 황순원 문학상의 작품집에서 읽은 것이였다. 참 읽고 나서, 잠깐 감동을 받고, 바로 잊어버리다니 참 한심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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