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DEC 2009
아버지를 넘어 새론운 남자의 탄생을 기대하며
책의 부제처럼 한 소년(남자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과정을 재미있게 적어놓았다. 숨김없이 어린 시절의 모든 내용을 적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가 철원의 동송읍 출신이고 60년대 후반의 이야기로 보이고, 나의 경우에는 70년대 후반기이고, 경북 어느 동네이지만 묘하게 많은 부분이 겹쳐지고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또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내가 아버지의 입장에서 우리 가족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유년시절의 공간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어머니의 공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공간이다. 어머니의 공간은 따뜻함과 돌봄, 다정함이 있는 아늑한 공간이며, 아버지의 공간은 규칙, 질서, 서열이 있는 다소 삭막한 공간이다. 이렇게 집을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는 것은 매우 타당하게 보인다. 집이 좁아 공간을 둘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꼈던 것도, 집안에는 두 개의 다른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불평등한 남녀관계를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분명히 따뜻한 엄마의 공간과 엄격한 아버지의 공간이 존재하고, 엄마의 언어와 아버지의 언어가 다른 것은 확실하다.
어머니가 제공하는 것은 따뜻한 돌봄이겠지만,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자칫하면 자식을 소황제로 만들어 함부로 살아가게 만든다. 잘 모르는 시절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내가 사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듯이, 어린 시절에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다. 이런 것을 가장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는 즉각적인 돌봄과 사랑으로 이런 자기 중심주의의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것이 이유기가 되든지, 아니면 학교에 가던지) 아버지의 세상에 포함되게 된다. 아버지의 세상은 규율과 서열의 세상이다.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지만 위계인 아버지와 나의 관계가 정립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수저를 들기 전에 밥을 먹을 수가 없으며, 아버지를 건너 넘어가거나 말대꾸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형제가 있다면 형제간에도 같은 서열이 매겨진다. 즉 권위주의의 세상이다.
학교라는 것이 (군대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학문을 배우는 기능 외에 그 당시에 문화에 익숙해지게 하는 기능을 한다. 학교를 통하여 더 권위주의 적인 질서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지만 결국 아버지를 넘어서야 한다. 어떻게 아버지를 넘어서서(아버지를 살해해서) 어른이 되는 가가 중요하다. 책의 저자가 당부하듯이 아버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버지를 답습하는 권위주의적 아버지가 된다면 도로아미타불 인 것이다. 결국 아버지를 잘 넘어서서 새로운 나를 어떻게 정립하는 가가 남자의 탄생의 주제 되겠다.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어떠했고, 나의 어머니가 어떠했는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를 비교해보기도 하고, 이 책에서의 저자와 나를 비교하면서, 이런 행동은 이런 심리였구나 하는 많은 부분을 느끼게 된다. 유년기의 기억을 잘 생각해 내기도 어려운데, 저자를 통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끝으로 N.EX.T 의 <아버지와 나> 노래가 내내 생각났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우리 아버지가 슈퍼맨보다 세다고 생각하는 시절을 지나, 아버지가 보통 사람이라고 느끼는 시기가 온다. 우리 세대의 아버지는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24 JUL 2017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이제 아버지는 늙어가고 있고, 점점 힘과 정신이 약해지고 있다. 결국 나도 30년 후에는 저렇게 되겠구나 생각하면 아버지의 일이 아니라, 결국 미래의 나의 일이고, 슬프다. 반면 이제 사춘기를 지난 아들을 보면, 젊은은 좋고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작 젊을 때는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다시 기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목을 좀 다시보니 대강의 내용이 생각이 난다. 아마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남자 참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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