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JAN 2010
서구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본 근대 세계사(15세기~18세기) |
우리의 일반적인 역사 교육은 서구의 시각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로 컬럼버스의 신대륙의 발견이라던 지, 마젤란의 세계 일주 등의 서구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오리엔탈리즘이 세계사 전반에 깔려있는 것으로 나 조차 느껴진다. 이 책은 근대 세계사에 대해서 좀 다른 관점으로 서구의 시각을 탈피하고자 한 모습이 많이 보여진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엉뚱한 시각으로 쓴 책이 아니며, 서구의 시각을 조금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로 역시 중국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은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고 할 만큼 강대한 나라였으며, 정화의 원정을 통해 서양의 대항해 시대에 앞서는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중국은 북경으로 수도를 옮기고, 해금령을 통해 바다의 길을 막음으로 당당한 하나의 주역에서 밀려난 감이 있다.
두 번째로 포루투칼의 대단함이다. 포루투칼이 유럽 뱃길을 최초로 연 선두 국가임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포루투칼이 아프리카의 항로로 시작하여 결국 희망봉을 지나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 항해는 대단한 일일 것이다. 국민의 10% 정도가 선원이었고, 아프리카 항로, 아메리카 항로 등을 개척하였으며, 포루투칼 언어가 공영어의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대단한 위치에 있는 국가였다.
세 번째로는 유럽 국가들의 폭력성이다. 포루투칼의 경우에도 폭력적으로 바다를 지배했으며, 그 뒤를 이은 네델란드와 영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해적이라는 개념도 민족주의 영웅으로 칭송 받는 시기가 있었으며 결국 약육강식의 세계를 바다에서 만든 것이었다. 또한 그들의 식민지 정책과 노예 정책에 있어서도 폭력성이 들어난다고 할 수 있다. 즉 그들이 수출한 것은 바로 폭력이었고, 근대 세계사는 유럽의 폭력사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자마자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한 것이 아니었다. 점령은 해안가에 국한되었으며, 그 후 몇세기에 걸쳐 내륙으로 들어가서 결국 19세기에 완성되는 것이다. 대부분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다섯 번째로 선원들의 삶은 최악이었으며, 산업화 이후의 노동자의 모습이 앞서 이 시대의 선원들의 모습을 통해 들어난다. 고단한 삶이었으며, 스트라이크 등의 용어가 여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여섯 번째로 교역 물품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교역 물품에 대한 비교적 데이터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후추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인도의 견직물과, 중국의 차, 아메리카의 사탕수수 등이 기억난다.
일곱 번째로 금과 은의 귀금속에 대한 이동 추이는 매우 재미있었다. 중국에 대해 좀더 할애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중국에서의 은의 수요는 세계의 모든 무역의 방향을 결정 짓고, 금과 은에 대한 각 시기에 따른 흐름을 잘 알 수 있었다. 아울러 멕시코 페소화도 역사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구리와 동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여덟 번째로 교역을 통해 가장 무서운 것은 전염병의 전파였으며, 정확한 통계는 나올 수가 없지만 신대륙 원주민들이 저항력 없는 전염병으로 죽어 간 것은 너무 슬픈 일이었다. 또한 총칼 보다 빨리 파괴하고 무서운 것이 전염병이고, 가장 무서운 일이구나 생각을 해 본다. 또한 동식물의 교환을 통해서 생태계의 변동으로 멸종하는 사례를 볼 수 있었으며, 인간에 의한 환경의 파괴는 이미 수세기에 걸쳐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 이 책은 근대 세계사인 만큼 참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고, 기본적으로 유럽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것 이외의 많은 지식을 주고 있고, 어떤 것은 정말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바로 잡아 주고 있다. 대항해시대는 유럽의 폭력이 전파되는 과정이었으며, 그 전파 과정은 각 지역마다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지역은 그 지역의 인구가 모두 절멸하였고, 어떤 지역은 절충이 되어 중간 문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또 어떤 지역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달랐다.
이 책을 덮으면서 바닷길이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아 일본에서 중국으로 가는 길, 필리핀에서 말라카로, 인도로 그리고 아프리카로 다시 유럽으로 그리고 서인도제도로 가는 길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서 어떤 물건들이 지나가고, 어떤 사람들이 지나갔나를 머리 속에서 떠 올릴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렇게 물건들을 주고 받으면서, 또 이 책의 주요한 내용인 폭력을 수출하면서 근대 세계를 지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25 JUL 2017
사서 읽은 몇개 안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아마 대부분의 잡설이 이 책을 기반으로 해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풍부한 지식을 주는 책이다. 한편으로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 폭력이었다는 것이 슬프다. 최근 읽은 "사피엔스"에서도 인간의 도착이 결국 생물의 멸종을 가져다 주었듯이, 유럽인의 도착은 결국 토착민의 고통으로 상징되는 것 같다.
추가로 최근에 읽은 "대구"도 재미있었다. 주경철 교수님의 신작을 구매해 놓았는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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