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내 안의 불빛 (정혜주)

5 SEP 2009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저 후일담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이 단편 <강.섬.배>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80년대 노동현장에서 학출 노동자로서의 동료 노동자가의 관계의 표현과 90년대 현장에서 벗어나 사회를 지나온 작가의 자기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지와 함께>는 작가의 80년대의 작품을 묶어 낸 것이며 다른 두편인 <강.섬.배>와 <영만이>는 작가가 소설을 새로 쓰기로 하고, 그 소설로 묶어낸 작품이다. 작가말대로 십오년의 세월이 있는 것이다. <동지와 함께>는 소설로서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80년대의 정서를 읽는 것으로 도움이 된다.

 

 <영만이>는 참 재미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영만이라는 노동자가 노동운동에 함여하게 되고, 그 후 어떤 식으로 변모하게 되는 가가 흥미롭다. 영만과 진자가 손 잡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작가와는 다른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강.섬.배>는 작가의 자기 고백이다. 작가가 맨 처음 글을 쓴 것이 유서이며, 부모와 가족이 화해하기를 바라면서 작성한 처음의 작품인 것이다. 작가는 평탄하지 않은 가정이었지만 중산층 가정에서 좋은 소양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이것도 노동자에게는 부채의식이었는지, 노동현장에서 학출 출신의 노동자로 살아가게 된다. 여기에서 만나는 친구가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미례이다. 미례는 가난한 집 출신으로 초등학교 졸업 후 가정부 생활을 거친 후 중학교를 다시 다니고 그후 공장에서 공원 생활을 하는 것이다.

 

 80년대는 이들에게는 빛나는 청춘이었다. 비록 힘들었지만 노동현장을 다니면서 노동 운동을 하는 보람이 보이고, 또 싹수가 보이지 않는 친구 미례에게서도 활동가로 자랄 수 있는 보양분이 제공된다. 그렇고 두 사람은 우정과 사랑을 키우고 80년대의 혁명의 시대처럼 노동운동은 흥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90년대에 혁명의 시대의 종말이 온다. 이 소설은 시대순으로 그 시대의 주요 내용을 훓어 가고 있는데, 혁명의 종말이다. 활동가로 커 가던 미례는 어느날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고 만다. 나중에 만나는 신흥종교의 전도현장에서 보았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혁명의 시대가 가라앉고, 주인공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다. 이런 순탄하지 않는 결혼 생활이 주인공에게 각성의 계기를 준다. 즉 80년대의 미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식모생활을 하면서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버러지 대접을 받고, 오히려 버러지처럼 생각하게 된다던지, 임신 중절후에 생기는 멍자국 같은 주사 자국등 비로소 같은 동료서의 연대의식을 가질 것이다.

 

 80년대 혁명의 시기에 열렬히 사랑하고 동지애를 가졌던 그녀를 둘은 보편적으로 서로를 이해했을까? 이 소설은 주인공의 미례의 집 찾아가기이다. 소설 막바지에 드디오 주인공은 미례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논 쌓인 길가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소설의 마지막 한 문장.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소설 출간한 지가 오래되었지만, 나로서는 오래간만에 읽는 통칭 후일담 소설이다. 하지만 후일담이라기 하기에는 부족하고, 작가의 자기 고백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줘서 좋은 소설이었다. 그리고 80년대를 잃어야 하지만 가끔 생각하면 뜨거운 것 같다.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해 본다.




28 MAR 2017


후일담 소설. 나에게도 부채 의식이 있다. 학출 출신의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을 개선하였으며, 운동권 학생들이 주도하여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내 청춘 80년대는 뜨거웠고, 지금은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