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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여자, 정혜 (이윤기 2005)

6 MAR 2010


남자로 변신하는 고양이 


 영화를 몰입하면서 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이다. 영화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영화의 극적 요소 없이 평이하게 전개되는 것이 긴장감을 보고 영화를 볼 수 없는 요소이다. 그리고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대사, 비교적 긴 장면의 변화없는 표정, 정말 보기 힘든 영화이다.
 
 영화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상처 받고, 외로운 또는 세상과 담을 쌓아가고 있는 여자가 서서히 세상을 극복해가는 단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 과정을 표현하는 것이 고양이와의 관계이다. 마치 <고양이를 부탁해>에서의 고양이가 누구에게 옮겨지는 가를 상징적으로 표시하듯이, 이 영화에서는 고양이와 주인공 정혜와의 관계에서 그녀의 심리적인 변화를 읽으낼 수 있다.
 
 이윤기 감독을 보니, 최근에 본 <멋진 하루>의 감독님이셨다. 어 비슷한데 라는 생각과 영화가 재미있어 졌구나란 생각이 지배했다. 한편 보다가 역시 포기한 <러브 토크>의 감독님이시기도 하다. 평론이 좋지만, 지루함이란 것에서 탈피하기에는 다른 성격을 가지신 감독님인가 보다.
 
 <<이하 스포일러 왕창>>
 
  영화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많은 주인공의 속내를 들어낸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독신으로 혼자 살아가는 여자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홈쇼핑 채널만 틀어놓고, 홈쇼핑에서 김치 같은 것을 배달해서 먹는다.
 
 좀더 들어가다 보면,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고양이가 어머니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친척분들은 거의 내왕이 없이 멀리만 있는 존재들이고, 결혼에서도 남편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실패하였고, (구체적인 내용이 영화에 나오고, 주인공이 감내하기는 어려웠다.) 그저 세상하고는 떨어져 혼자 사는 여자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여자가 어느날 상처입은 고양이를 집에 데려다오고, 고양이와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영화의 가장 격정적인 한마디. 주위의 편의점에서도 가끔 만나고, 우편취급소의 소설을 출판사로 보내는 그 황정민에게 뜬금없이, 이때 살짝 당황했었다. "우리 집에 저녁 드시러 오세요." 이런 내용이었다. 이렇게 어설프고, 황당하게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해본다.
 
 남자 소설가는 기다려도 오지 않고,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양념 닭집 에피소드가 지나가고(왜 싸운지 잘 모르겠다. 잠깐 졸았나 보다.) 그녀의 아픈 상처인 어릴때의 친척(정확하게는 고모부)에 의한 강간이 들어난다. 어쩌면 결혼 첫 관계 이후 남편의 질문인, 처음 할 때 기분이 어땠냐?는 그녀에게 충분한 상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초적인 질문이고, 그 남자는 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 했는지 모르고 있다.
 
 그녀의 어설픈 복수가 시작된다. 고양이를 보내고, 어릴적 상처를 준 친척을 찾아가서 상해를 하기로 결심한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고, 그녀는 역시 자신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고 만다. 그녀가 뭘 할 수 있겠냐? 이것이 복수 호러극도 아니고.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다시 고양이를 찾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
 
 영화의 끝은 고양이가 멋진 남자가 되어  나타나는 동화로 끝을 낸다. 지가 뭐 개구리 왕자인줄 아나보다.
 
 뭐가 아련하고 슬픈 여자, 특히 김지수가 계속 생각나고, 그 사람에게 몰입되고 동화되어 가는 영화이다. 처량함, 혹은 한 이런 형태의 감정이고, 가슴 깊은 내면에 깊게 내재되어 있는 슬픔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런 분 한번 만나면 진짜 진심으로 위로를 혹은 동감을 표시하고 싶다.
 
 마포에 있는 신수중학교 앞의 풍경이 매우 정적이고 아늑해 보였다. 학교 앞이지만 학생 한번 안 나오고, 우편 취급소에 학생 한번 안 나오는 내용이었다. 내가 사는 복잡한 것도 몇가지만 지워 버리면(필터링 해 버리면) 아늑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13 SEP 2017


영화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다시보면 좋을 것 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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