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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27 JUN 2009

 

유럽 미술관 여행

 

 이 책을 처음으로 본 것은 9년전쯤 지금은 은행이 되어버린 서점에서였다. 몇장 앞부분을 펼쳐보았는데,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여 담배를 자유롭게 피우는 모습에서 뭔간 쿨한 느낌도 있었고, 또 인기 시인의 자만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이 작가의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읽은 후 그때의 쿨한 느낌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유럽 미술관 여행 혹은 렘브란트 자서전 여행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주요한 유럽 미술관 여행을 나열하는 것도 아니고, 렘브란트만을 따라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발길 가는 데로 다니고, 시간 나는 대로 보고, 느끼는 것으로 말할 뿐이다. 나쁘게 말하면 기획된 부분이 없고, 좋게 말하면 상업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몇 문장에서 쿨할 것 같다는 느낌은 책을 읽으면서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젠척한다는 느낌도 책을 읽다보면 사라진다. 그저 돌아다닐 뿐이다. 처음 부분은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 부분이 나오는데, 어머니와의 갈등등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갈등이라는 것이 사랑하고 포함되는 것이고, 모녀지간에는 끈끈한 정이 있을테니까.

 

 이 책은 정말 바람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너무 솔직하다. 파리가 체류지의 중심이지만, 네델란드도 가보고, 독일도 가보고, 이탈리아도 가보고, 스페인도 가보고, 오스트리아도 가본다.

 따로 또 같은 부분을 보면,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앞에 줄을 서 있어야하고, 고야의 그림이 상당히 많은데, 카를로스 2세 그림을 보더라도 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본 곳과 작가가 보는 느낌도 많이 다르다. 하긴 나는 매일 일하는 장소였고, 그 사람은 여행자이니까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쨌던 이 여행기는 참 솔직하다. 프라하를 그런식으로 보고 표현하면 누가 책을 살까 걱정이다. 빼 버릴만도 한데. 서티가 서틴으로 보일 수 있는 동양인 서른 초반에 그런 식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이 너무 부럽다. 그림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한 도시에 한 10일씩 머물면서 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27 OCT 2016

 

나는 유럽 여러 나라를 많이 다닌 편이다. 하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외국에 나간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 체류도 비지니스 트립에 의한 것이다. 그렇게 다니다보니, 처음 열정이 있을 때에는 그 나라의 문화를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가급적 그 나라의 경험을 많이 하려고 했다. 지금은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일종의 편익이다. 구하기 쉽고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점 익숙해지게 된다.

 

한때는 (지금도 그렇지만) 지적 허영, 혹은 문화적 허영에 젖어 있다. 그래서 어떤 도시를 가게 되면, 쉬는 날은 박물관에 가거나 미술관에 가야 한다. 그래서 잘 모르는 그림도 보면서 느낀다. 스페인에서도 내가 처음 가본 것이 프라다 미술관이였다. 그렇게 가면서 느낀다.

 

올해 한때 생활보호대상자 될 수 있어 화제가 된 시인이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로 너무 유명한 분이다. 이 시를 지금 다시 읽으면 이미 나는 "마흔이 지나 쉰 잔치는 끝났다." 그런 느낌이다. 지금 시인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때의 이 작품은 패기 만만한 젊은이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젊은 30대 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