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9 AUG 2010
1인칭 주인공 시점인지, 아니면 3인칭 관찰자 시점인지 사뭇 헷갈리고, 후일담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대하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시대를 넘나들고 있으며, 지역조차 국제적이기하다. 한번 읽고 이해하기에 솔직히 벅차다고 해야겠다.
광주세대가 모두 그러하듯이, 이 책에서도 원죄에 대한 의식이 노골적으로 묻어나고 있다. 80년에 그곳이 광주가 아니고, 대구였다면, 혹은 부산이었다면, 서울이었다면 너희들은 죽었을 수도 있고, 편하게 대학을 다니거나 연애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들 세대부터 시작되는 내용은 무척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학병을 나가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며, 조선땅에 기반을 두고도 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일본인, 히로뽕 제조업자에 얽힌 한일 관계 등 뭔가 애잔한 슬픔이 많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인, 독일의 이야기. 독일계 유태인으로서 수용소에서 겪어야 했던 이야기, 혁명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등.
다시 한국으로 와서, 삼촌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우연한 사건으로 국가의 폭력을 경험(깨닫게 되고), 국가를 벗어나려고 밀항등을 하지만, 결국 영원히 국가를 떠나는 모습이며, 광주 야학교사(아마 윤상원)에 대한 복수의 한기복 분신 등 복잡한 내용들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정확하지 않아, 나도 1992년 이후의 이 소설의 얼개를 이루고 있는 베를린 학생 파견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고, 사실 87년에 분신이 있었는지 조차 불분명하다. 정확한 기억이 무엇하는데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하나 든다. 그러면서도 기억은 조작되는(한쪽으로 강화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모로스 부호의 첫번째 부호가 S인 것을(제일 치기 쉬워서였지만) Signal, Self, Story로 확장할 수 있는 작가의 소통에 대한 능력이며, 보이저에 실린 음반이 칼 세이건이 우주에 있는 다른 칼 세이건에 보내는 인사라는 점에서 무척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인간은 백팔십번 웃고, 한번 운다. 자 힘내고 서로 힘써주며 살자. (결론이 생뚱맞군.)
3 FEB 2021
김연수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다보니 조성만 투신을 보게 된다.
보고 까먹고 보고 잊어버리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또 한 번 적어본다.
김연수 작가가 대학을 대강 88년도 입학을 하는 것으로 안다.
아마 대학 시절의 사회적 경험이 소설로 되었을 것이다.
하도 식상해서 이제는 후일담이라고 넘겨버리지만, 뜨거운 항쟁이었다. 치열한 고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