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31 JUL 2010
책을 덮고 <기러기> 시를 찾아보았다.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 다니지 않아도 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절망을 이야기하고 절망을 극복하고, 기존 질서에 굴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상상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단어 하나가 가지는 의미와 오해에 대한 내용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Mia일 것이다. 사람이름이 Mia이라면 이쁜 이름이구나란 생각을 하겠지만, 버려져서 외국 땅에서 살아오다가, 자기의 한국 이름이 미아란 이야기를 듣고 탐색을 시작하지만, 그것이 버려진 아이 미아(迷兒)인 경우를 알았을 경우 분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잔 손택이 고통을 우리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 분노의 경우 공감을 가질 수가 있다. 밤뫼(栗山)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우이고, 이름이 해피인 경우에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가장 긴 소설인 <달로 간 코미디언>에서 라스베가스에서 비운의 복서에 대한 소설이 소설화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문득 달과 가득 찬 달 만월에 대해서 느껴본다. 빛의 세계로 걸어가는 모습.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얼마 안되는 문장에서 죽음의 공포보다는 아픔에서의 고통과 진통제에 대해서 끔찍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잊어버린다는 사실, 기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잊기 위해서라고. 완벽한 망각을 하기 위해서.
재미있게 본 내용중에 하나가 도서관에 매일 가서 책을 읽는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책 읽는 사나이의 과거 이야기가,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후회와 정당성을 찾는 이야기가 슬프게 다가왔다.
이 소설집을 통틀어 흐르는 일관적인 주제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역시 소통일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오해한다. 노력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마라.
29 JAN 2021
김연수 작가의 수필을 참 좋아하지만, 소설도 좋아한다.
단편 하나하나 모두 의미있다.
현재는 너무 유명한 소설가여서 언급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미아가 영어로 Mia이지만 한글로는 잃어버린 아이 즉 이름이 없다는 것이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