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건너는 법 - 서경식
11 JUL 2010
디아스포라와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
재일 조선인 2세하면 생각나는 분이 서경식 이분과 강상중 이 두 분이 떠오른다. 최근에 정대세 축구 선수도 비슷한 경우이다.
이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주제는 디아스포라이다. 여기에는 한국인(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자라나서 살고 있는 저자에게 있는 당연한 의문인 것이다. 책에 나오는 어떤 분의 질문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의 질문도 왜 재일 동포 2세 혹은 재일 동포 3세가 일본인으로 살아가지 않고 어렵게 권리행사도 하지 못하는 타자인 외국인으로 살아가냐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은 결코 같은 대접을 해 주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일본 국적을 가지더라도 실제로는 권력관계가 생기고 대등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다.
비록 국적이 한국인이지만 저자는 한국말에 서툴러다. 이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모어와 모국어가 다른 것이다. 모어를 사용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국어를 잘 할 수 없다는 미안함, 혹은 컴플렉스가 동작하는 이유이다. 이런 경우에 모국인 한국에서도 외국인 대접을 받고, 일본에서도 소수인 외국인 대접을 받는 미아가 되어 버리는 현실이다.
다음 주제로 기억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대인 학살인 아우슈비츠의 경우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나라의 성노예 정신대의 경우에도 실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다. 정말 상식적이지 않는 행위이기에 믿기 어려울 순 있지만, 많은 증거들이 있는데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희생자들이 하나둘씩 돌아가고,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잊지 않기 운동을 하기 위해서 독일의 걸림돌은 상당히 나에게는 충격적이고 배워야 할 내용으로 받아 들어졌다. 끌려간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보도에 약간의 돌출물을 세워 기억을 잊지 않는다. 프리모 레비의 무덤에 세겨진 수인 번호 174517도 그 시대의 강력한 기억장치이다. 아울러 우리도 정신대 할머니의 기억도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이다. 이 책이 지어진 당시에만 하더라도 일본의 자민당이 절대 우위에 있고, 총리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는 신조 아베의 노선이 우경화에 가고 있다. 그래서 <야전>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일본 국민들에게 각성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독일도 메르켈 정권이 들어서서 우경화되고 있고,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독일에서의 우경화는 속도가 늦지만 일본의 우경화는 걱정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이밖에 여러 가지 방향성에 대해서 일관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히틀러에 저항한 뭰헨 대학생 운동인 <백장미의 기도>(한국어 제목은 다름) 에서에 백장미단의 소개와 성녀 전설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80년대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죽음>의 독자인지라 관심 있는 내용이었는데, 그가 말하는 경고인 성녀 전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한겨레 신문의 연재를 비롯하여 중앙일보의 기고문이 적은 비율이지만 적혀있다. 내용을 보면 금방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질적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신문에 몇 년에 걸친 칼럼이지만 일관성이 있고 저자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무엇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족사인 할아버지부터의 일본 이민사, 형들이 받은 고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항상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들 이분의 가족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굉장히 담담하게 그리고 있지만, 감성적인 분들의 눈에서 눈물 한두 방울 흘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였다.일본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일본은 더욱 우경화되었다.유연함은 사라지고, 과거에 잘못에 대해서 더욱 강경하게 반성하지 않는다.일부 독일 나치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만행을 지우고자 할 것이다.지우고 잊혀지면, 결국에는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악착같이 기억하고, 기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