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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junemustgo 2020. 11. 23. 14:25

18 JUN 2010


 일전에 바다에 가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말로만 듣던 서해 바다의 조수 간만의 차이를 느끼면서, 소주 한잔 하면서 밤을 지새우면서, 시를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 하나 챙겨보지 못하고 간 것이 아쉬웠다.

 대학교 때 유명한 시집 중의 하나였다. 시의 시대인 80년대 베스트셀러였다. 내용이 잘 기억 안 나지만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2008년 판이지만 해설이 더 붙은 것 이외에는 특별하게 다른 것이 없다.

 바다가 무슨 말을 하겠냐만은, 바다를 보면 느껴지는 안도감과 편안함이 있다. 또한 바다에게 이야기를 하면 다 들어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절망>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무릇 바다는 이렇게 가만히 있지만 마음을 다 이해하고 들어주는 어머니 같다는 생각이다. <생활비> 같은 시에서 보면 바다에서의 어민과 주민들의 낭만이 아닌 삶을 엿볼 수도 있다. 그리고 제일 좋은 시는 역시 첫 번째 시인 것 같다.

 

 <바다를 본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역시 바다는 주위에 그냥 일상으로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바다를 한번씩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시집은 앞부분의 시는 참 좋다는 느낌인데, 뒤의 시는 좀 별로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20년 이상 사랑을 받아온 시이므로 우리를 움직이는 감성이 있을 것이다.
 

 

23 NOV 2020

 

 지금까지 바빴다. 그래서 한가함을 추구하곤 했다.

 날이 좋은 날, 혹은 비가 오는 날,

 바다를 보며 낮술 하는날을  꿈 꾸었다.

 

 한가한 날, 가끔 먼 곳을 바라보며 그저 책이나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