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저/정신아 역)
14 AUG 2009
책의 역사와 동행하는 서점에 대한 추억 이야기 |
이 책은 영화로 말하자면 교차 편집이 잘 되어 있는 책이다. 저자의 과거의 경험과 추억을 이야기하다가 어느 사이에 그것과 연결되어 있는 책의 역사가 이야기되곤 한다. 결국 저자가 책을 찾고 좋아하는 한 평생의 이야기와, 고대 이집트와 중국에서 시작된 책의 역사가 고대를 지나고, 중세를 지나고,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다시 근대와 현대를 지나서 인터넷 시대까지 지나온 이야기를 교차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역사가 고대 이집트에서 파피루스로 만든 두루마리였고, 종이에도 글을 쓰고, 대나무에도 글을 쓰고, 돌에다가도 글을 쓰고 하면서 시작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끈으로 묶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는 대형 도서관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세관에서 수색하여 책이 나오면 뺏고, 원본을 보관한 후 필사본을 준다는 것이 흥미롭다.
중세 책의 역사는 예상했지만 거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 같다. 글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고, 책 자체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이 쿠텐베르그의 활자혁명에 의해 책을 많이 만들어 내는 시대를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이라는 것이 문명의 이기로서 환영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음란한 내용을 퍼트리는 포르노물이었고, 건전하지 않은 혁명적인 내용을 퍼트리는 반체제 성격의 책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출판이라는 것과 판매라는 것이 어쩌면 위험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책에서 언급되는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출판 과정은 너무나도 흥미롭다. 그리고 <악마의 시>로 유명한 사건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한다. 당시 일본어 번역자가 피살당했다는 소식에 끔찍했던 기억이 난다.
금서에 대한 추억(?)은 군사독재체제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금서뿐 아니라 여러 금지가 있었지만 당시 금서를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예로 <자본론> 같은 경우 금서에서 해지 되는 것이 한참 후였던 것 같다.
이후에도 음란하다는 이유로 마광수,장정일 작가가 구속되었으며, 작년 국방부 금서사건이 있었듯이 앞으로도 책에 대한 금지는 계속 될 것 같다.
책 보다는 서점에 대한 추억이라면, 비행기 타기 전에 잠깐 들리는 공항 서점에서의 책을 고르는 재미도 있고, 대학 시절에 버스를 갈아타는 버스 정류장의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사는 것은 아니고)도 있었고, 친구들과의 시내 도심에서의 만남은 항상 대형 서점으로 해서 기다리는 지루함이 없이 만났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점심시간에 서점을 배회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대형 서점이 들어오고 인터넷 서점이 도입되면서 일반 서점은 없어지고 있다. 이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잘 가는 서점에 가 보면,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으로 개편되고 있다. 어쩌면 더 이상 책을 서점에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대학교 신입 시절부터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배송되어 오는 책들의 박스를 열면서 제일 먼저 맞게 되는 책을 기분좋게 느끼는 그런 재미있는 서점일을 하게 된다.
저자는 서점을 좀더 큰 대형서점으로 옮겨서 일을 하게 되고, 또 출판사의 외판원으로 서점을 순회하며 많은 서점을 다니게 된다. 그리고 소설 책도 내는 작가도 되고, 지금도 서점을 다니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서점을 20세기의 향수라고 하기에는 아직 서점이 주는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가 와도 아직까지 종이로 찍어내는 책의 장점이 있고 책이 줄고 있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전자상거래가 와도 직접 가서 읽고 고를 수 있는 서점의 장점이 있어 서점이 계속 줄지는 않을 것이다. 가서 보고 고르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로 보인다.
3 FEB 2017
이제는 서점이 없는 시대이다. 분당 서현동에 있었던 서현 문고가 문을 닫은지는 한참 되었으며, 최근에 교보 문고가 없어졌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현대 백화점으로 갔다고 하는데, 이만 저만 서운한 일이 아니다. 새로 영풍문고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글쎄 서점이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겠다. 나도 서점에서 책을 안 산 것이 10년은 된 것 같다.
이제는 종이 책이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지만, 어느 사이에 전자책(e-book)을 읽는 것도 점차 편하지게 되었다. 예전 해외 출장을 갈 때에는 반드시 책 2권을 넣어가고, 비행기 안에서 빌려주는 책을 꼭 읽었는데, 이제는 개인화된 장비가 이것을 해결해준다. 정말 편한 세상이다.
이 책을 흥미있게 읽었다. 책의 역사를 잘 소개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