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언어 (고종석)
9 AUG 2009
언어의 민족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찬반 논란이 많은 책이 되었겠구나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은 개정판이지만 초판과 내용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고, 90년대 후반 작가가 잡지에 수록된 글로 책을 엮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책을 출간한 당시의 리뷰를 보고 싶었으나 찾기가 어렵다.
이 글을 읽고 고종석씨에 대한 느낌은 민족주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한국에서 민족주의를 싫어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소수의 일인데, 어쨌던 이분은 민족주의를 싫어한다.
민족주의란 것이 식민주의 시대에는 저항의 상징이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폭력의 상징이 될 수 밖에 없다. 폭력으로 들어나는 것이 식민지 시대의 학교에서의 일본어로만 교육을 한다던가 창시개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내용은 책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다시 돌아가 언어라는 것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며 순혈주의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즉 외래 문명과 외래 사상을 적당하게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대중성을 무시하고 권력에 의해 획일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의 말에서 피해 나갈 수 없는 것이 일본 개화시기에 받아들여져 사용되고 있는 한자단어들인데, 책을 읽어보면서 이렇게 많은 단어가 그때 만들어 졌나 하는 생각을 했었고, 결국 그때 우리에게 받아 들여진 단어들은 우리가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예로 방송(放送)이 죄인을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에서 전파를 보내는 일로 바뀌었다. 사전에는 둘다 나온다.)
한자에 대해서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비록 문헌으로 사용할 때는 순한글로 사용하고 특별히 오해할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병기하는 것이 맞고, 한자 자체에 공부하는 것은 결국 우리말을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외국지명이나 인명에 대한 표기도 이 책의 의견에 동의한다. 관행으로 굳어진 것은 관행을 따르고, 새로운 것은 최대한 원음에 맞게 따르지만 지나쳐서는 안된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 말이 변화하는 것은 어떤 권력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인 대중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니 그냥 흘러가는 그대로 놔 두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최선의 방법이고, 수구적인 언어 사용이 아니라, 언어를 확장하여 다른 나라의 언어도 받아 들이고 해서, 언어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1984>처럼 사전을 줄여 말을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며, 언어 정책을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사족으로 고종석씨는 언어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란 생각을 해 보았고, 특히 예가 많이 나오는 단어들의 열거에서는 머리가 어질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말이 어떻게 흘러서 여기까지 왔는 지를 잘 알려주고, 앞으로 또 어떻게 언어가 변해야 하고 변할 것인지 잘 제시하는 좋은 책이다. 강추하고 싶다. 그리고 복거일씨와는 다른 고종석씨에게 감사드리며 좋은 선생님을 만난 기분이다.
2 FEB 2017
이 책은 좋은 책이고,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씩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강하게 추천한다.
고종석씨가 최근 절필을 풀고, 다시 글을 쓴다고 한다. 정제된 글을 쓰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반면에 정제되지 않는 글 중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파시즘을 싫어하고 민족주의를 싫어해서 진영논리를 싫어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