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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눈뜰 때 (장정일)

junemustgo 2016. 12. 2. 12:11

4 JUL 2009

 

아담이 눈을 뜨는 때는 언제일까!

 

장정일의 대표적인 소설이라 이 소설집에 여러 작품중에서 대표작이며 중편에 해당되는 <아담이 눈뜰 때> 작품만 읽었다. 1990년에 출판된 책이니 약 20년전의 소설이다. 당시 대표적인 소설은 <태백산맥>이 많이 읽힐 무렵이 아닌가 한다. 그때 이 소설을 읽었드라면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만 한데, 불행인지 그때는 인연이 아니었는가 보다.

 

 이 소설에는 여러가지 주제가 있다. 하나로 통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아담 주변의 인물로 보면 어머니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이다. 대구에 하나 밖에 없는 지하상가에서 청소일을 하시면서 자식들을 돌보는 것에 대해서는 아끼지 않는 어머니상이다. 형은 실패한 혁명가로서 87년의 민주진영 두 인사의 분열에 의한 대통령선거 패배에 실망하여 한국의 모든 가치를 버리고 미국으로 가 버린다. 그가 남긴 많은 혁명과 철학에 대한 책들은 헌책방에 가치없이 버려지고 만다.

 첫번째 여자 친구는 가식과 허영 덩어리다. 소위 잔기술에 의해 문단에 데뷰하지만 내공이 받쳐주지 않아 곧 좌절하고 만다. 두번째 여자 친구는 입시에 대한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그 밖에 기성세대로서 여성 화가가 등장하고 동성애자인 오디오기기상 주인이 등장한다.

 이런 환경에서 아담인 주인공은 재수끝에 대학에 합격하지만 진학하지는 않는다.

 

 <삼중당문고>란 시가 있는데 장정일 작가의 젊은 시절을 알 수 없다. 여기의 소설에서도 삼중당문고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

 

 일본 화보책에 나온다는 뭉크의 <사춘기>가 이 소설을 지배하듯이 젊은 날은 결국 불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2 DEC 2016

 

내가 크게 의미를 둔 2016년 12월이 오고 말았다. 2016년까지 일하고 2017년부터는 놀아야지 하고 있는데, 쓸쓸한 황혼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와중에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라니, 다시 한번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지만, 그럴 수는 없고 젊은 청춘을 느껴려면 이런 소설을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장정일을 좋아 하는 것은 아마 아버지에 대한 부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들은 성장하려면 아버지를 부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생각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한 것이 장정일의 소설일 것이다.

 

 

 

 

열 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개미가 사과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먹은 삼중당 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 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 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 문고
표지에 현대미술 작품을 많이 사용한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쉬는 시간에 10분마다 속독으로 읽어내려 간 삼중당 문고
방학중에 쌍아 놓고 읽었던 삼중당 문고
일주일에 세 번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퇴학시키겠다던 엄포를 듣고 와서 펼친 삼중당 문고
교련문제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을 때 곁에 있던 삼중당 문고
건달이 되어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쓰다듬던 삼중당 문고
용돈을 가지고 대구에 갈 때마다 무더기로 사 온 삼중당 문고
책장에 빼곡히 꽂힌 삼중당 문고
싸움질을 하고 피에 묻은 칼을 씻고 나서 뛰는 가슴으로 읽은 삼중당 문고
처음 파출소에 갔다왔을 때 모두 불태우겠다고 어머니가 마당에 팽개친 삼중당 문고
흙 묻은 채로 등산배낭에 처넣어 친구집에 숨겨둔 삼중당 문고
소년원에 수감되어 다 읽지 못한 채 두고 온 때문에 안타까웠던 삼중당 문고
어머니께 차입해 달래서 읽은 삼중당 문고
고참들의 눈치보며 읽은 삼중당 문고
빠다맞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읽은 삼중당 문고
소년원 문을 나서며 옆구리에 수북이 끼고 나온 삼중당 문고
머리칼이 길어질 때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읽은 삼중당 문고
삼성전자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문흥서림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레코드점 차려놓고 사장이 되어 읽은 삼중당 문고
고등학교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고시공부 때려 치우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공부를 하면서 읽은 삼중당 문고
데뷔하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영물물교환센터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박기영형과 2인 시집을 내고 읽은 삼중당 문고
계대 불문과 용숙이와 연애하며 잊지 않은 삼중당 문고
쫄랑쫄랑 그녀의 강의실로 쫓아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여관 가서 읽은 삼중당 문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와 짜장면집 식탁 위에 올라 앉던 삼중당 문고
앞산 공원 무궁화 휴게실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파란만장한 삼중당 문고
너무 오래되어 곰팡내를 풍기는 삼중당 문고
어느덧 이 작은 책은 이스트를 넣은 빵같이 커다랗게 부풀어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네
집채만해진 삼중당 문고.
공룡같이 기괴한 삼중당 문고
우주같이 신비로운 삼중당 문고
그러다 나 죽으면
시커먼 뱃대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삼중당 문고만한 관 속에 들어가
붉은 흙 뒤집어쓰고 평안한 무덤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