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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나희덕)

junemustgo 2016. 3. 10. 21:00

10 MAR 2009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의 추천 도서(?)에서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를 읽으면서, 또 한번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빨래는 얼어서 뻣뻣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도 마르고 있고, 저 멀리 별빛은 희미하지만 결코 꺼지지 않는다에서 생명력을 느끼고, 비록 고통스럽지만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가슴속에 담아 두고 있다가 시집을 찾아 읽었다.

 시집을 읽고 리뷰를 작성하려다, 앞서 글을 작성하신 두 분의 글을 읽으면서, 아 어머니들은 이 부분을 더 안타깝고 감동적으로 생각하는구나.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녁을 위하여>를 여러 번 반복하여 느껴 보았다.

 나는 이 작가가 빛이라는 메타포가 있구나란 생각을 좀 했었고, 그래서 <어느 봄날>이런 스타일이 세상을 잊어버리고 풍경에 푹 빠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분의 시는 소위 건강한 시이다. 결코 생활과 떨어져 있지도 않고, 또 생활을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고, 담당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나의 할일을 하며 고통의 과정을 지나가는 것이다.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용기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고 괴로울 때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그런 느낌이다.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가 있다.


10 MAR 2016

다시 한번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어 본다.


<저녁을 위하여>를 다시 읽어 보았는데, 시가 슬프다. 아침에 아이를 떼어내고 일터로 가는 엄마, 다시 저녁에 보자며 다독거리며 아이를 떼어놓는다.


봄이니까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